주의* 글이 깁니다.

 

Taco Journal이라는 이름으로 따꼬와 비야 게레로의 메뉴들에 대해 글을 계속 써볼 계획입니다. 좋은 읽을 거리가 되기를..

 

#까르니따

까르니따는 비야 게레로의 주력 /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멕시코 미추아깐 州의 전통요리인 까르니따는 돼지기름에서 오래 조리된 돼지고기의 여러 부위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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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야 게레로의 까르니따 따꼬>

# 인류는 질긴 육류를 지배하는 방법을 발견해왔다.

소든 돼지든, 그냥 썰어서 불에 굽기만 해도 맛있는 부위가 있습니다. 만개한 안개꽃을 연상시키는 마블링의 꽃등심, 씹자마자 사라지는 갈비살 같은 부드러운 소 부위들. 뿐만 아닙니다. 씹는 맛이 일품인 돼지 갈매기살, 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밴 삼겹살구이도 빼먹으면 섭하죠. 이러한 부위들은 굳이 대단한 조리 과정 없이 팬에만 잘 구우면 맛이 보장되는, ‘너그러운’부위들입니다.

 

한편 문제는 따로 존재합니다. 소든 돼지든 양이든 도축을 할 때, ‘간단히 굽는 정도로는 조리가 불가능한’ 질긴 부위들이 부드러운 부위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나, 미식학적으로나 이 질긴 부위의 처리는 필요했지만 쉽지 않았겠죠. 이 질긴 녀석들을 어떻게 굴복시킬지를 궁리하며 이룬 인류 요리역사의 발전, 상당했다고 봅니다. 

 

전 인류적 – 개별국가적 노력 끝에 각 나라는 질긴 고기를 상대하는 법을 만들어나갑니다. 우리나라는 양념물에 찰랑찰랑하게 잠겨서 조리된 후에는 젓가락만 대도 찢어지는 ‘찜’을, 양식은 육수 & 와인에 두툼한 고기를 잠기게 한 뒤 요리하는 브레이징을, 미국은 질기디 질긴 소 양지를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훈연을… 이외에도 많은 나라가 그네들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IMG_4319<까르니따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

멕시코에는 까르니따가 있습니다. 멕시코 미추아깐 州의 이 압도적인 조리법은 ‘돼지는 돼지로 요리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스페인어로 ‘조그마한 고기조각’이라는 까르니따(Carnitas)라는 이름이 무색한 사이즈의, 수킬로짜리 두툼한 고깃덩이들이 돼지기름에 잠겨져 장시간 요리됩니다. 일견 황당한 조리법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르띠야에 얹혀진 결과물을 보면 그 생각은 사라집니다. 용암같은 돼지기름에서 인고의 시간을 버틴 이 고기들은 손만 가져다대도 부서질 정도로 부들부들해집니다. 

 

# 통째로 조리된 돼지고기 = 범인류적 언어

다시 돌아와서 돼지고기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무슬림을 제외하면, ‘전 세계인의 붉은 고기’는 사실 비싼 소고기보다는 역시 돼지고기가 아닐까요. 돼지야말로 ‘모두의 고기’라고 생각합니다.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주목할만한 것은 이 ‘일상의 고기’를 다루는데서 목격되는 전인류적(이라는 일반화를 해봅니다) 조리법의 공통점입니다. 많은 나라/민족이 큼지막한 돼지고기 덩어리를 조리하는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용량으로 요리를 했을때 ‘제맛’이 나는 그런 요리들. 이러한 대용량 돼지고기 요리들은 동시에 사람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는 ‘잔치요리’로서, 그리고 종종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음식들 중 하나로 꼽히고는 합니다.

 

감이 안오신다면 예를 들어볼까요. 이탈리아에서는 껍데기가 달린 두툼한 삼겹살을 다채로운 향신료 및 소와 함께 말아 로스팅하는 뽀르께따(Porchetta)라는 요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셰프 무비 레촌 먹는 장면<영화 ‘셰프’의 한 장면, 쿠반 스타일 ‘레촌’을 얇게 저며 맛보는 셰프 캐스퍼>

쿠바, 필리핀 등 스페인 통치를 거친 나라에서 보여지는 레촌(Lechon, 아저 통구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신 분들이라면 군침을 다시셨을 마이애미 스타일의 쿠반 샌드위치의 척추같은 재료가 ‘레촌’으로, 오렌지와 마늘향이 듬뿍 든 소스에 장시간 재워졌다가 로스팅된 돼지고기(주로 목살)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된장 + 향신료 푼 물에 잠겨져 끓여진 보쌈,  각종  향신료에 약재까지 넣어져 삶아져 윤기를 머금은 껍데기를 가지고 서빙되는 족발도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번, 멕시코에는 ‘까르니따’가 있습니다. 50KG의 고기가 담기는 커다란 냄비안에서 돼지기름과 함께 요리된 부들부들한 돼지고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잔치음식이자, 멕시코 음식입니다. 

 

# 왜 비야 게레로는 까르니따를 선택했는가

작년 요리를 배우기 위해 멕시코로 출발하기 전에 이미 마음을 먹었습니다. 만약 내가 한가지 따꼬만을 배울 수 있다면, ‘까르니따’를 배워오겠다고.  그 이유를 명쾌하게 한가지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일단은 돼지기름에 돼지고기를 요리한다는 압도적 조리법에 매혹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잔치음식’, ‘푸짐함’, ‘다양한 선택 부위에 따른 다양한 식감’등의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도 갖추고 있었구요. 

 IMG_4330<완성된 까르니따, 좌측부터 살코기, 각종 내장, 돼지코, 오소리 감투 등>

결정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개인적 경험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2007년, 제가 머물렀던 멕시코 비야 게레로의 가족들, ‘Los chipilingos’의 주말 ‘아점’ 때마다 이 요리가 올랐습니다. 20명 넘는 가족들이 주말 아침마다 모여서 멕시코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또르띠야에 마씨사(살코기),  꾸에로(껍데기), 부체(오소리감투)를 마음대로 섞어서 한장의 또르띠야에 얹고, 칼칼한 살사, 그리고 숟가락으로 파낸 아보카도, 식초에 절인 고추와 양파를 얹어서 레몬을 뿌려먹던 그 맛, 잊을수가 없었어요.

 

# 진정한 까르니따의 매력 

까르니따의 매력은 다양성입니다. 한가지 조리법으로 요리된 돼지 고기의 각 부위가 선사하는 각기 다른 질감, 향, 고기 자체의 맛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가장 보편적인 부위는 살코기입니다. 한 두번만 씹어도 풀리는 질감, 부드럽지만 바삭한 맛이 공존하는 이질성.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대하는 까르니따 부위가 살코기냐 물으신다면 확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부드럽게 끈적한 젤라틴 덩어리인 돼지껍데기, 씹는 맛이 살아있는 오소리 감투(순대 먹을때 나오는 그 오소리 감투 부위)등 기타 부위들이야말로 까르니따의 ‘스타’입니다. 그래서, 만약 비야 게레로에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 혹은 멕시코 현지의 맛을 보고자 찾아오셨다면 꼭 살코기 이외에도 다른 부위들을 맛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비야 게레로의 까르니따는?

저희가 한국 최초로 까르니따를 다룬 멕시코 식당은 절대 아닙니다. 이미 훌륭한 까르니따를 내는, 저도 사랑하는 멕시코 식당들이 분명 서울에 존재합니다.

까르니따 포스터

<곧 저희 식당 비야 게레로의 벽에 붙을 디자인들, 냄비속에 들어간 돼지그림은

멕시코 현지의 까르니따를 파는 따께리아에서 너무도 즐겨쓰는 이미지입니다 >

 

하지만 감히 조심스럽게 말해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추아깐 스타일’까르니따를 한국에 소개하게 된 것은 저희 비야 게레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까르니따는 멕시코의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대로, 저희가 식당 주방에서 직접 뽑은 돼지기름으로, 살코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위를 가지고, 멕시코 본토의 방식으로, 그리고 이 글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레시피로 조리됩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까르니따를 많이 즐겨주시기를 바라면서 다음번에 올릴 2부로 이어집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이정수, 따께로(Taquero) , 비야 게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