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니따 1부(클릭)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신경쓰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보이지만.. 저희 비야 게레로는  ‘한국 최초의 미초아깐(혹은 정통 멕시칸) 까르니따’를 선보이는 따께리아를 표방합니다. 까르니따를 메뉴로 내건 식당들이 이미 서울에 있는데, ‘최초’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는게 사실 부담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비야 게레로가 최초가 맞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저희가 한국 최초 ‘까르니따’가 아니라, 한국 최초 ‘미추아깐 스타일’ 까르니따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무엇이 미추아깐 까르니따를 미추아깐 스타일로 만드는 것일까요

 

돼지기름, Lard, Manteca

프랑스 음식, 오리 ‘꽁피’라고 들어보셨나요?(귀여운 말투죠?), 오리 기름에 잠겨서 조리된 오리고기. 진짜 프렌치 스타일의 오리 꽁피라고 한다면, ‘오리 기름’이 빠지면 안될겁니다. 이처럼 조리방법이나 재료의 특성이 그 정체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음식들이 있는데요, 까르니따도 그 중 하나인 것이죠. 예를 더 들어볼까요.

‘평양 냉면’을 표방하면 슴슴한 소고기 육수를 써야하고,

클래식 ‘햄버거’라 한다면 소고기 패티를 써야하고,

양평 해장국이라고 한다면 소 부속들이 들어가야 하는 것,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미추아깐 스타일 까르니따는 돼지기름에 조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리용 오일로서 돼지기름, 사실 낯설죠.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삼겹살 구이의 부산물, 종이컵에 모아 버려야 하는 기름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서도, 아시죠? 돼지기름에 갈색으로 지져진 마늘편, 신김치, 버섯.. 바삭하고 고소하고 감칠맛나고, 표면은 반질반질하고, 너무 맛있지 않습니까ㅎㅎ다음날 코 주변에 피지 끼는거 빼고는 다 좋죠.

어떤 문화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에 지나지 않지만,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오리기름과 함께 동물성 기름중 맛에 있어서 제왕으로 손꼽히는 것이 이 돼지기름이기도 한데요.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허브를 섞고, 훈연까지 해서 스프레드처럼 빵에 발라먹기도 하고, 얇게 슬라이스해서 먹기도 하구요(상온에서는 고체 상태입니다). 녹두 빈대떡 맛있게 하는 집 역시 이 돼지기름에 빈대떡을 지져서 다른 기름이 줄 수 없는 감칠맛을 덧입히죠. 기름이 필요한, 어지간한 굽거나 볶는 요리에 투입시키면 꼬수움을 책임져주는, 기름계의 치트키(#SHOWMETHEMONEY), 쿠킹오일계의 스테로이드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멕시코 및 캐리비안 근처 남미 국가들에서는 돼지기름이 조리용 오일로 많이 사용됩니다. 멕시코 음식에서는 야채나 고기를 이 만떼까(Manteca, 돼지기름)에 익혀내는 요리가 꽤나 많습니다. 제가 일하던 멕시코 시티의 식당의 경우만 해도 께사디야를 매일 아침 돼지기름에 튀겨냈구요, 이외에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푸에르토 리코 등에서도 플란태인 바나나, 고기 등을 돼지기름에 딥프라이 방식으로 조리하는 요리들이 존재합니다. 

미추아깐 스타일은 돼지고기를 잠궈 조리하기 위해 돼지기름을 사용합니다. 저희가 흠모해 마지않는, 돼지고기를 돼지기름으로 다루는 이 압도적이고 매혹적 조리 방식은, 결과물 역시 둘도 없는 그것을 만들어냅니다.

잘 조리된 까르니따는 바깥쪽은 은은히 느껴지는 바삭함, 그리고 안쪽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질감을 가집니다. 만약 오븐 안에서 조리되었다면, 물에서 조리되었다면 가지지 못할 질감이죠. 비야 게레로의 시그니쳐로 까르니따를 계획한 이래로, 돼지기름을 대체할 재료는 고려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돼지기름이 주는 건강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멕시코 현지에서도 돼지기름을 대체하는 까르니따 조리법이 궁리되고 있고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프라이드 치킨을 튀기지 않고 주면 그게 프라이드 치킨인가요. 콜라에 설탕안들어가면 그건 그냥 까만 탄산수죠 .. 

 

여러가지 선택가능한 부위

미추아깐 까르니따의 또 하나의 매력이자 특성은 부위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간혹 ‘까르니따’가 여러 부위 중 살코기만을 칭하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계신데요. 까르니따는 돼지기름에 요리된 여러 돼지고기 부위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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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부위의 까르니따들>

그래서 ‘까르니따’는 돼지 한마리. 각 부위가 가지는 모두 다른 질감, 향, 맛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저희 ‘비야 게레로’에서는 돼지의 살코기, 껍데기, 오소리감투(위), 혀 부위를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일견 생소해보이는 부위들인지라 처음 오시는 손님분들이 적잖이 놀라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ㅎㅎ 하지만, 돼지 껍데기야 새마을 식당에서도 팔 정도로 구이로 자주 드시는 보편적 부위고, 오소리감투나 혀 역시 순대국집에 가면 순대국에 들어가거나, 머릿고기 접시에 함께 나오는 부위에요. 모르는 사이에 이미 드시고 계셨던 거죠. 

멕시코에서 처음 까르니따를 파는 따께리아에 갔을 때, 같이갔던 일행들이 도마 위에서 마체떼를 휘두르는 따께로(따꼬를 만드는 남자)에게 ‘껍데기 하나’, ‘껍데기와 살코기 섞은거로 하나’, ‘혀에 고수는 빼고’라며 정신없이 주문을 할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쪼그만 따꼬를 하나씩 먹을 때마다 주문을 하는 겁니다. 여러가지 부위가 다양하고 낯설었고, 사람들이 따꼬를 하나씩 여러번 시키는 그 방식이 좀 의아했죠. 우리나라에서 한식집가서 계란말이 시켜서 먹다가, 다먹고 김치찌개 시켜먹고, 찌개 먹고나서 제육볶음 따로 시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시키다가 밥 다먹고 나면 원치않던 욕까지 먹을 공산이 크죠.

근데 멕시코에서 그렇게 따꼬를 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크게 두가지 이유인데요.

1. 여러개 시키면 먹는동안 다른 따꼬가 식고

2. 인간은 변덕의 동물이기 때문

이죠. ‘2.’가 포인트입니다. 따꼬를 하나 먹고나서, 두번째 따꼬를 먹을때 어떤 따꼬가 먹고 싶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멕시코 사람들이 이룩한 위대한 심리학적 분석에 기반한 주문 방식이라고 할까요. 비야게레로에서 원하는 그림도 사실 한분의 손님이 따꼬를 하나씩 여러차례 주문하시는 겁니다. 시키실때마다 껍데기의 쫄깃함, 오소리 감투의 향과 질감, 혀의 부드러움을 즐기시는거죠. 한번에 하나씩, 따뜻할 때, 하나의 따꼬를 먹는동안 다른 따꼬가 식지 않게 드실 수 있게 따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Wow, Congratulations(와, 축하해)”

멕시코에서도 까르니따는 ‘잘하는 집’, ‘못하는 집’이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족발을 생각하면 쉽겠네요. 어딜가도 맛있기는 하지만, 족발을 맛있게 ‘잘하는 집’이 있고, 건조하고 뻣뻣하게 ‘맛없게 하는 집’이 있듯이 말이죠. 까르니따 역시 그 결과물이 그 까르니따를 파는 집의 역량을 거울처럼 비추는, ‘진검승부’의 성향을 띄는 따꼬의 종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까르니따를 배운 식당/스승님들이 이미 훌륭한 까르니따를 만드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었던 곳이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건방지지만, 개업 전부터 저희 비야 게레로의 목표였던 ‘멕시코에서도 맛있는 수준의 따꼬를 서울의 도시인들에게 대접한다’역시 실현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Wow, Congratulations(와, 축하해)”,

저희 정식 오픈하기 전, 미추아깐 주 출신의 멕시코 요리사인 지인이 저희 까르니따 따꼬를 한 잎 베어물고 두어번 씹자마자 건넨말입니다. 이후에도 한국에 있는 많은 멕시코 분들이 비야 게레로를 찾아주어 격려를 해주셨고, 특히 그 중 미추아깐 출신 분들로부터 받은 많은 칭찬은 저희에게도 의미가 각별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힘, 그리고 ‘멕시코에서도 맛있는 따꼬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켜 주는 의견이라고 할까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원하고 구축하고자 하는 까르니따를 요리하지만, 본토 멕시칸들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프리투라스 로이

<까르니따를 배우던 따께리아에서>

비야 게레로의 까르니따 따꼬

저희의 까르니따 따꼬에는 거창하고 그럴싸한 소스가 얹혀지지 않습니다. 머스타드도, 치즈도, 크림도, 할라페뇨 피클도 얹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살사와 다진 야채들이 까르니따를 빛나게 하기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 익은 과일에 설탕을 뿌릴 필요가 없듯, 완벽하게 조리된 등심 스테이크에는 소스가 불필요해 보이듯,  우리 까르니따는 손님들의 고개를 끄덕이기 위해 준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입 베어물면 툭툭 떨어질 정도의 넉넉한 양의 고기, 하지만 이빨이 없어도 씹을  수 있는 부드러움, 미추아깐 스타일 까르니따를 비야 게레로가 한국에 최초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정수, 따께로(Taquero) , 비야 게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