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ótulo? 뭐라는거야

난 로뚤로를 좋아한다. Rótulo, 로뚤로, 영어로는 Sign, 그러니까 간판이란 뜻인데 멕시코의 간판은 한국의 간판과 다르다. 보통 페인트로 마감된 점포 외부의 벽에 다시 페인트로 칠한 것이 멕시코의 간판, Rotulo다. 어찌보면 간’판’은 아닐지도.

로뚤로

<로뚤로의 예시들>

 

로뚤로는 남성적이며, 굵직하며, 명쾌하며, 컬러풀하며 다채롭다. 거기에 페인트 손그림이 주는 거칠고 투박한 맛까지 가지고 있다. 로뚤로의 모든면이 날 사로잡았다. 나에게 묻는다면 로뚤로는 가장 멕시코다운 미술이다라고 말하리.

 

근본적인걸 얘기하자면 로뚤로는 비싸지 않은 미술이다. 그렇기에, 따꼬가 그러하듯 Mexicano들 모두를 위해 존재하며, 멕시코의 모든 블록에서 목격되며, 멕시코의 거리가 다채로운 색채로 각인되는 원천이 되었다.

 

의미

허투루 이 식당을 준비하기엔 난 너무 오랜 시간 내 식당을 가지는 것을 꿈꿨고, 너무 많은 사람의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다. 내 분신과도 같은 의미를 가진 내 미래의 식당에 나는 가능한 최대한의 진정성을 넣기를 원했다. 음식은 물론이고, 비쳐지는 인테리어까지. 한편, 크기 않은 예산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벽이자, 전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쓸 돈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시각적으로 공허한 밀도 빠진 식당을 가지겠다는 뜻은 아니다. 난 한정된 돈을 가지고 내 식당에 최대한의 밀도를 넣기 원한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재능과 진정성을 겸비한 예술가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난 식당에 쓸 작품들을 오래전 부탁해두었다.

 

식당 비야 게레로에서 목격될 모든 시각적 요소의 존재에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 창작의 원천은 진정성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에서 뽑은 아름다운 멕시코의 풍경사진, 해맑은 멕시코 사람들, 혹은 돈주고 산 화려하고 멋진 일러스트레이션등 그 어떤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을 나에게 드밀더라도 나에겐 의미가 없다. 왜냐면 없으니까, 의미가. 멋지고 예쁘기만 해선 안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야 게레로의 모든것은 일관된 태생의 ‘이유’를 가지고 식당에 존재하길 바란다. 결과보다는 원천이다, 동기다.

 

로고

한편, 작년말부터 한국에서 시작했던 로고작업은 지지부진했다. 로고는 식당의 얼굴이자 상징이 됨에도 불구하고.

 

마냥 상황이 급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바라보며 로고를 맡긴이를 바라 볼 수도 없는 것. 채근에도 한계가 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언제나 ‘말을 물가까지 끌고가는 것’까지에 국한된다. 그래서 멕시코에 온 후로 난 마음을 비우고 계획을 바꿨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애초에 부탁해둔 로고는 씁슬하지만 잊어버리고 식당의 로고를 로뚤로로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는 더 마음에 드는 선택이 되었다- 로뚤로처럼 ‘멕시코’인 미술 장르는 없기에. 하지만 문제는 이 로뚤로를 ‘누구에게 맡길것이냐’ 였다. 아무나에게 이것을 맡길수는 없었다. 이건 로고다. 식당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호세 와 나

<보스, Don Jose 와 나>

한국으로 돌아가야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던 무렵이었다. 내가 머물던 집의 주인이자 친구의 아버지이자 멕시코에서 나를 보살펴준 돈 호세(Don Jose)께서 나에게 비야 게레로에서 30년 이상 로뚤로를 그려오신 로뚤리스따(Rótulista, 로뚤로를 그리는 사람) 안또니오 가르시아 세구라(Antonio Garcia Segura)를 소개시켜주셨다. 안또니오는 비야 게레로의 거리에 있는 수백개 혹은 수천개의 로뚤로를 그려온 비야 게레로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로뚤리스따 중 하나였다. 비야 게레로 출신이며, 로뚤로 베테랑, 그리고 돈 호세와 30년 지기 친구. ‘비야 게레로’라는 식당의 얼굴이 될 로고를 맡기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진 인물에게 로고를 맡기고 싶었던 차, 그가 적격이었다.

비야 게레로의 로뚤로 = 안또니오, 이해안가면 윗 문단을 다시 한번 정독해야 한다.

착수

멕시코를 떠나기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 안또니오와 만나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식당과 그 의미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진 이튿날 로뚤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장이자 거주지인 그의 집 한쪽 벽에 못을 박아 천을 걸고, 담배를 물고, 페인트 통을 가져다 놓고, 그는 연필로 스케치를 하는것을 시작으로 로뚤로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테스트 한번 없이, 쳐다볼 예시가 인쇄된 종이 하나없이, 아무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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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

땡볕아래 약 6시간이 소요된 작업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난 이것을 지켜보았다. 식당의 이름이, 혹은 원천이 물리화, 시각화, 현실화 되는 6시간이었다.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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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로뚤로 마무리>

모든 폰트를 머리속에 저장해둔는 안또니오의 실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세시간이 지났을 즈음 안또니오가 나에게 제안을 했을때였다.

‘내가 한글로 비야 게레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한글 로뚤로, 듣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지만 멋지다는건 알아챘기에 바로 착수.

안또니오는 별 얘기도 없이, 써본것은 차치하고! 그날 처음 본 한글로 로뚤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로뚤로 갈라쇼, 프리스타일 로뚤로… 뭐든 이름을 갖다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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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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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IMG_4517<대가와 함께>

자세히 보면 비뚤배뚤하고, 균형도 안맞는 부분도 있지만 이 그림들은 진짜다. 여전히 선은 굵고, 강하고, 밝고, 확신에 찬 로뚤로의 덕목들을 모두 움켜쥐고 있었다.  이건 비야 게레로의 족보이자, 벽화이자, 역사다.

비록 컴퓨터 파일로 스캔 작업을 거쳐서 확인한 후에 바로 로고로 사용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결론에 수정작업을 거치고 있지만 그럴싸한 액자 속에 넣어져 벽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