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식기행을 마치고, 본래 목적지인 멕시코에 도착한것이 지난 주 목요일이다. 멕시코 시티 공항에 내려서 마중나온 친구차를 타고서 세시간여를 달렸다. 이윽고 친구의 본가가 위치한 멕시코 주의 농촌마을 비야 게레로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이미 모여 뒷마당에 잔치상을 벌여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Bienvenido!(환영!)’라는 깃발과 함께! 이 얼마나 기다렸던 귀환인가, VILLA GUERRERO!

 

사실 뉴욕에서 멕시코로 향하기 전, 친구가 나에게 ‘멕시코에 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먹고싶냐’고 페북으로 물어봤었다. 웬지 첫끼는 사주겠다는 얘기정도인줄 알고, 거창하게 얘기하면 부담될 것 같아서(사실 거절할까도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사줄거니까) ‘뉴욕에서 3주간 너무 잘 먹었어. 그냥 생 야채나 줘 ㅋㅋ’라고 얘기했는데 직접 잔치상이 준비되었을 줄이야. 야채 얘기를 했더니만 고맙게도 옥수수국인 포솔레를 고기를 살짝만 넣어서 준비해주셨었다. 멕시코에 갔던것이 2007년이었으니 햇수로는 8년만에 돌아온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대라니, 멕시코를 또 사람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첫날 사진은 다 날아가버렸다. 거참..

 

비야 게레로는 시골이다. 그래서인지 가족문화가 강하다. 도시에서 일하는 대가족 멤버들도 주말에는 시골본가에 모인다. 무엇을 해도, 어디를 가도, 슬플때도, 기쁠때도 모두 가족들과 함께한다. 휴일 주간 역시 예외일리 없다.  친구네 가정도 이곳 저곳에서 가족식사가 잦았다. 사실 이 친척이 모이는 가족식사들이야말로, 나로서는 멕시코의 ‘외식문화’가 아닌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의 추석, 설 밥상이 얼마나 풍족하고 멋진구색을 갖추는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이곳에서도 휴일 가족식사는 평소보다도 더 풍족하고, 더 신경을 쓴 식사이기 떄문이다.

 

첫날 친구 부모님댁 뒷마당에서의 식사에 이어 이튿날 늦은 오전에는 친구 외할머니댁에서 가족식사가 있었다. ‘내일 메뉴가 빠에야이다. 배우려면 아침 일찍 할머니댁으로 오렴! 육수내는 법부터 해서, 밥짓는법까지 모두 알려줄게’라는 친구 어머님의 배려는 슬픈 메아리가 되어 고산지대 비야 게레로의 산등성에 멤돌았다는 슬픈 전설.. 무심한 내 육신은 아침 9시가 되서야 기상을 했고, 난 결국 다 차려놓은 밥상을 조우해야 했다.

 

빠에야가 조리되는 냄비, 어마어마하다.

빠에야는 알다시피 스페인 음식이다.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친 멕시코에서는 언어(스페인어)는 물론이고 건축, 음식등에서도 스페인의 영향이 진하게 남아있는 것을 스페인과 멕시코 문화를 그리 깊숙이 알지 못하는 나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스페인의 음식 중 또르띠아(멕시코에서는 우리가 아는 그 또르띠아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아침식사용 계란요리를 또르띠아라고 부름)나 초리소(파프리카 향료를 메인으로 각종 향료를 조합하여 만든, 건조한 느낌의 붉은색의 소세지 하지만 멕시코식 초리소는, 다진 돼지고기를 향료에 재운 – 이 소세지 케이싱을 하지 않은 – 것 까지도 초리소라고 통칭한다)등이 스페인식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멕시코 식으로 많이 재해석된 것과 달리 빠에야는 우리가 아는 그 기본적인 스페인식 빠에야였다. 빠에야의 기본 요소인 닭육수로 지은 밥, 닭, 새우, 그리고 향신료 중의 왕(돈주고 사려고 하면 눈물날 정도로 비싼)인 샤프란이 들어간 빠에야였다.

 

이날 주인공이 빠에야 이외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이 준비되어있었다. ‘멕시코 음식을 조금 아는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ㅋㅋㅋ비꼬는건 아님)’ 몰레(알갱이가 살아있는 페이스트에 가까운 향신료 요리, 초콜렛이 들어간다는게 특징이다. 본인은 얄팍하게만 알고 있음), 그리고 다진 생선요리, 매콤한 닭육수에 끓인 속을 채운 피망등의 요리도 함께였다.

몰레

빵

몰레 + 빵

몰레 + 빵

속을 채운 피망(편하자고 이렇게 부르는거임)

속을 채운 피망(편하자고 이렇게 부르는거임)

이곳 사람들은 정이 많다. 한국과 굉장히 비슷하다. 밥해주고, 밥사주고, 재워주는데 그치지 않고 빠에야를 먹으며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서로 요리를 가르쳐주시겠다고 성화였다. 한국에는 어떤 고추가 있느냐, 따꼬는 어떤 스타일로 할거냐, 한국에서는 따꼬까 인기가 많으냐, 그리고 처음 보는 분들께서는 외국나간 한국인이라면 한번 쯤 듣는 ‘남한출신이냐, 북한출신이냐’라는 질문까지.. 많은 질문과 관심을 가져주셨다. 모두들 어찌나 감사하던지..한국이나 멕시코나 식당하면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정말 많다. 나만 잘하면 된다.

 

밥맛은 어땠냐면, 엄청 맛있었다. 집밥 가지고 맛이 어땠다 저랬다 분석하고 그런거 아니다. 멕시코의 향신료, 정성, 사랑, 환대, 인자함, 여유로움, 맛, 재료, 신선함, 쏘울이 모두 들어간 그러한 멋진 식사였다. 쎄뇨라, 빠에야 한그릇 더주세여 뽀르 파보르. 사실은 부페식이라서 여러번 가져다 먹었음.

허허허

이런 분위기

이런 분위기

이틑날에는 친구들과 아침일찍 Centro 로 나섰다. Centro는 인산인해였다.

 

그도 그럴것이, 운이 너무좋게도 내가 도착한 날은 멕시코 가장 큰 휴일중 하나인 부활절 주간중이었다. 휴일이 되면 멕시코는 붐빈다.멕시코의 각 동네에는 Centro라고 불리는 광장이 꼭 있는데 주말, 특히 휴일이 낀 주말에는 이 곳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먹거리 볼거리가 몰리는 법. 안 그래도 컬러풀한 Centro는 Centro는 사람, 음식 행상들, 각종 깃발, 장식품 행상 등 인산인해를 이루며 더 화려하게 바빠지는데 이게 장관이다. 지난번 멕시코를 왔을 때도 전혀 의도치 않았음에도 9월 독립기념일을 위시한 휴일 주간에 도착하며 첫주를 화려하게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부활절 주간 비야 게레로의 Centro에는 음식행상들 천지였다. 행복했다. 우리는 따꼬를 먹기 위해 따께리아(따꼬파는 집을 따께리아(Taqueria)라고 한다. 피자를 핏제리아라고 하는것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들이 몰려있는 골목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롱가니사와 닭고기 따꼬를 팔던 따께리아

첫 행선지는 롱가니사 따꼬였다. 롱가니사는 초리소와 비슷한 향료맛이 강한 붉은 소세지 or 다진 돼지고기이다. 시뻘건 색감, 강력한 향신료 맛을 머금은 채, 기름기와 육즙이 뒤섞인 액체안에서 볶아진 롱가니사를 또르띠야에 얹어 살사와 라임을 얹었을때의 그 자극적인 맛이라는 것은… 필리핀의 한적한 시골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릴 때 빗물이 고이는 속도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맛이라고 보면 무방하겠다.

초리소와 비슷한 롱가니사 따꼬

롱가니사 따꼬를 하나 헤치운 후에는, 수많은 종류의 멕시코 따꼬 중 대표적 종류 중 하나로 꼽히는 까르니따를 파는 집으로 향했다. 따꼬로만 식사를 할 경우에는 특히 남자는 3~4개정도는 먹어야  배가차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군데 가게의 따꼬를 먹는 것이 절대 뚱보인 나만 하는짓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면서, 여튼 까르니따는 기본적으로 돼지기름인 만떼까에 튀긴 돼지고기이다. 기름 중 그 맛이 으뜸이라는 돼지기름에, 전세계인들의 소울푸드인 돼지고기를 튀겼다고 생각해보소. 맛이 있겠나 없겠나.. 굳이 어떤맛이냐고 궁금해할 당신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바삭한 보쌈의 맛이라고 무성의한 대답밖에는 할 수 없는 나의 표현력을 용서해다오.

오비스코, 까르니까를 전문으로 하던 따께리아(Taqueria)

오비스코, 까르니까를 전문으로 하던 따께리아(Taqueria)

 

큰 소세지처럼 보이는 것이 오비스꼬

이 까르니따 집에서는 오비스꼬라는(바로 위에 손가락이 가르키는 길쭉하고 빨간 문어머리 같은 그것) 대왕 소세지 비스무리한것을 팔고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먹어봤다. 추측컨데 돼지고기와 부속물을 갈아서 채워 만든 순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진아빠 과천에 자매 순대국은 잘 있지?

오비스꼬의 맛은? 맛을 말해 뭐해, 이게 봐뤄 퐌톼스튁(제목이 기억이 안나는 씨비매스 노래에서 발췌).

 

결과적으로 롱가니사 돼지고기 볶음, 돼지기름에 튀기 돼지고기 까르니따 , 멕시코식 대왕순대 등의 따꼬를 5개 가량 헤치운 나였다. 이 ‘가벼운’ 아침식사를 먹고 지불한 돈은? 6,000원이 채 안되었다. 따꼬하나가 천원 내외밖에 하지 않는 곳이 멕시코이다. 경제적으로 살이 찔 수 있는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져있다. 방심하면 훅가는 수가 있다.

 

아 그나저나, 내가 정말 멕시코에 돌아왔구나.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환영해준 이곳 멕시코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내일 또 따꼬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