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뉴욕 여행 첫 번째 목적은 ‘식당 기행’이었다. ‘식도락’이라는 보편적이고 그럴싸한 표현보다, ‘식당’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이러하다. 도와 락은 차치해도 되며,  ‘식’에 국한되지 않는 즉  음식 그 자체와 맛에 국한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 ‘식당’이 주는 전반적 느낌, 인테리어, 서비스 방식, 가격, 위치 등 각 ‘식당’이 가진 부차적인 매력 하나하나를, 또 그 매력들이 하나로 모여 전반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구색을, 몸소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뉴욕 도착전 방문하고자 하는 식당들을 리스트업했는데, 70%정도는 미국의 음식 관련 TV 쇼, 현지 언론 및 블로그  등을 탐닉하다시피(있어 보이려고 좀 과장함) 접해오며, 개인적으로 정해둔 식당들이었고, 약 30% 정도는 내가 아니더라도 ‘뉴욕을 여행자들이 꼭 가보는’ 보편적 식당들이었다. 그리고 제목에서 언급한 세 곳 – 할랄 가이즈, 쉐이크 쉑, 그리고 피터 루거스 – 이 이 30%’er 식당들을 대표하는, 뉴요커들은 물론 한국인을 비롯한 전세계의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식당들이다.

 

중동음식(할랄 가이즈), 햄버거 가게(셰이크 셱), 스테이크 하우스(피터 루거스), 절대로 컨셉 자체가 별나거나 파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지에서는 가장 흔한 종류의 식당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 식당들을 ‘궁극의 식당 격전지’인 뉴욕시에서 특별나게 만드는가. 대체 어떤 면이 이 곳들을 ‘뉴욕에 왔다면 가야만 하는’식당, 혹은 식당을 넘어서 관광명소로 만드는지를 난 확인하고 싶었다.

 

할랄 가이즈,  ‘뉴욕의 길’에서 맛볼 수 있는 최상위의 맛

 

할랄 가이즈는 할랄(Halal, 무슬림들에게 허용된 혹은 허용되는 방식으로 도축/준비된)음식 벤더(Vendor)이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밍이 기가 막히다고 본다. ‘할랄’이라는 단어로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가이즈’라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심플한 단어 선택으로 스트리트 벤더의 정체성에 힘을 실어주는, 알파벳 하나 낭비되지 않은 깔끔하고 스트레이트한 작명이다. 할랄 가이즈는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Kogi’등으로 위시되는 최근 10년 이내로 미국 전역에 널리퍼진, 세련된 Gourmet 푸드트럭/카트(유명 요리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차렸다거나, 에스닉 푸드에 살짝 변형을 주었다거나, 퓨전요리라던가 등)는 아니다. 이 곳의 주 메뉴는  작명만큼이나  스트레이트하다. 그리고 양고기 Gyro(흔히 말하는 케밥) 팔라펠이 들어간 피타 브레드, 혹은 이들을 얹은 밥으로 전형적인 미국식 중동음식들로 20년 넘게 맨하탄을 지키고 있는 형님격 푸드 벤더다.

 

위키피디아에서 얻은 정보들에 의하면 할랄 가이즈는 1990년도에 무하마드 아불레네인( Mohamed Abouelenein)에 의해 오픈되었다.  할랄 가이즈는 애초 핫도그 벤더로 시작했지만 ‘핫도그로는 충분치 않다’는 무하마드 사장의 판단에 의해 1992년 현재의 메뉴를 갖추게 된다. 더 인상적인 것은, 할랄 가이즈가 중동음식을 파는 벤더로 변모한 이후로 맨하탄 푸드벤더 씬에서 핫도그의 인기가 낮아지고 중동음식들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임 체인져, 혹은 원조였던 셈. 이것이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맨하탄에 중동음식을 파는 벤더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핫도그로는 충분치 않았다’는 무하마드의 말에 동의한다.  맨하탄에는 한블록에서도 서너개 혹은 대여섯개의 푸드 벤더들이 있는데 이 중 반은 프렛츨과 핫도그만을 파는 아주 작은 카트들이고 나머지 반은 조금 더 큰 사이즈로 프렛츨, 핫도그, 그리고 중동음식(케밥, 팔라펠, Etc..)모두를 파는 벤더들이다. 한 블록을 빙 두른 푸드카트들이 때로는 한손가락으로 다 세지 못할 정도이기에 이건 분명 중요 ‘식문화’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뉴욕에 와서 중요 식문화를 지나칠 수 없는 노릇. 서울에 여행와서 홍대, 신촌, 신림동 다 돌아다니며 떡볶이 한번 먹지 않는것과 비슷한거니까, 맛을 보았다. 하지만 7년만에 다시 먹어본 ‘전형적인 뉴욕 길거리 식’ 핫도그와 중동음식들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끼니해결을 위한 맛 밖에는 되지 않았다.

 

다시 돌아와보면 푸드 카트라는 것들이 그렇다. 푸드카트의 미덕이라는 것은 싼 가격과 빠른 서빙 속도이다. 길거리이기에, 싸기에, 무엇보다 당신은 뉴욕의 복판에 서서 누군가와 혹은 홀로 마천루와 뉴요커, 관광객들로 둘러싸여 뉴욕의 가장 전형적 식문화인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있기에! 이 낭만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에서, 푸드 카트 음식을 받아들고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모습은 쿨하지 못해보일 수도 혹은 너무 각박해 보일 수도 있다.  4불이라는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핫도그를 당신이 받아든다고 해도 말이다(머스터드와 케첩은 셀프일수도 있다).

 

할랄 가이즈의 미덕 혹은 매력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맨하탄에 있는 대부분의 푸드 벤더에서 기대하지 않아야 마땅한 ‘맛’을 그들이 갖추고 있다는 거다. 뉴욕시 푸드 카트의 ‘맛’에 대한 통념을 뒤짚는다는 것이다. 할랄 가이즈의 음식은 맛있다. 그 맛이 ‘신비의 맛’수준으로 뛰어나느냐고  묻는다면 감히 조심스레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할랄 가이즈의 맛은 타 중동 음식점에서 접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혹은 다른 곳에서 더 뛰어난 맛을 접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수준의 맛이다. 하지만 분명 맛있다.

 

 

이 맛은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 된다. 밥위에 고기, 화이트소스, 레드소스, 양상추가 얹어져 나오는 밥이 6~7불 남짓한데 남자 혼자서 처리하지 못해도 창피하지 않은 양이다. 믹스 케밥 덮밥 하나에 나의 배가 불러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물론 팔라펠 샌드위치를 하나 더 시켜서 먹기는 했지만, ). 여기에 더해 할랄 가이즈의 조리 공간이 반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 말도 안되는 수준의 손님 숫자(항상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이직을 고려하는 우리나라 회사원들이 여행을 왔다가 이 곳을 간다면 일일 매출을 계산해보고 ‘이런 카트하나 가지고 싶다’고 부러워해 마지 않을 수준의 손님수랄까)를 소화하고 있음에도 빛에 가까운 서빙속도를 유지한다는 점, 조리속도(미리 조리된 음식을 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조리를 함), 결정적으로 뉴욕시 길거리에서 여타 중동음식을 파는 푸드카트의 맛까지 감안하면 할랄 가이즈가 자본주의의 수도인 뉴욕에서 거의 공산주의 수준의 가격에 내어놓는 ‘따뜻하고, 간이 적절하고, 재료가 신선하고, 그 자리에서 조리를 해낸’ 범상하기 그지없는 덕목들을 갖춘 중동식 고기 덮밥이 역설적이게도 상당히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할랄 가이즈에서는 푸드 벤더하나에 대여섯명의 장정들이 매달려 잘 짜여진 공장 생산라인처럼 오더를 기계처럼 신속하게 뽑아내는데, 이러한 지점이 두블럭 정도를 사이에 두고 서너개가 있다.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뉴욕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절대 요행일 수 없으리라.

 

결론적으로 할랄 가이즈는 ‘길거리에 위치’했기에 더욱 특별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 식당들이나 해낼 수 있는일도, 해내기 쉬운일도 절대 아니다. 20년을 넘어 현재 뉴욕 길거리 음식 씬의 클래식으로 자리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셰이크 셱, ‘만들려고 만든 스토리가 아닌’ 스토리에 기인한 매력

 

대니 메이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유니언 스퀘어 카페를 시작으로,  그래머시 타번, 뉴욕 현대 미술관에 자리한 The modern 등 뉴욕에서만 12개 가량의 식당 브랜드(브랜치들을 합하면 식당수는 더 많아진다)를 거느리고 있으며 갤러리 / 식당 컨설팅 / 케이터링까지하는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이하 USHG)의 최고경영자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번 읽었고 여행 짐가방에 자리가 없는 와중에 우겨넣어서 여행에 가져오기까지 한 책 ‘세팅 더 테이블’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인트 루이스 출신으로 굴곡은 있었지만 분명 비교적 부유한, 사업가와 미식가들이 득시글한 가족(안타깝게도 그의 아버지는 사업에 여러번 실패했다고 책에서 말함)의 일원으로 태어났다. 한때 셰프를 꿈꿨을 정도로 요리에 조예가 높은 그는 현재는  식당 경영자(Restaurateur)로서의 길을 택해 뉴욕 식당업계에서 오래동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러개의 레스토랑을 거느리는 ‘레스토랑 그룹 기업’의 선구자격인 인물(이라고 책에서 우회적으로 표현한다)이기도 하다. 그(그가 거느린 그룹의 성격도 최고경영자의 성향을 따라가리라 유추해본다)는 식당을 하나 열때마다 그 동네와의 조화를 시작으로 식당의 존재의미, 식당의 목표, 손님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직원에 대한 복지(라는 단순한 단어를 뛰어넘어 어쩌면 배려에 가까운)등에 대해 정말 치열히 고민하고 답을 내어놓아 이를 실행해서 성공을 한다. 어쩌면 진정성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일지도 모른다.

참고 사이트 http://www.ushgnyc.com/family/restaurants/

 

셰이크 셱 또한 바로 이 데니 메이어의 USHG의 소속 식당이다. 셰이크 셱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 Chief Operating Officer)인 랜디 가루티의 GEL 2010컨퍼런스 강연내용 및 세팅 더 테이블의 내용에 따르면 셰이크 셱의 탄생 배경은 이러하다.

 

2001년 여름,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고 볼 때 맨하탄 미드타운 초입정도에 위치한 메디슨 스퀘어 공원은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게 위험하며 더러운 우울한 공원이었다고 한다. 이에 이 공원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뉴욕시는 아트를 기반으로 음식이 곁들여지는, 공원을 되살릴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한다. 공원에 I love Taxi라는 제목으로 네빈 라완차이쿨이라는 예술가의 작품으로 재기발랄한 설치 미술전을 진행하며 그때 당시에도 이미 굴지의 레스토랑 기업이던 USHG에 푸드카트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당시 USHG는 핫도그 스탠드를 운영했는데, 유니언 스퀘어 카페를 비롯한 훌륭한 레스토랑의 주방/플로어 스태프들이 운영한 이 핫도그 스탠드에 놀랍게도 50명이 넘는 줄이 생기며 뉴요커들을 열광시킨다. 원래 한해 여름에 한해(한해 라임이니 신경써서 읽어주기 바람) 진행하려 했던 이 이벤트는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2002년 여름에 이어 2003년 여름까지 내리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음침하고 죽어가던 공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음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참고로 수익금은 모두 시에 돌아갔다고 한다.

참고 사이트 http://www.navinproduction.com/gallery.php?project_id=187

 

이에 고무된 뉴욕시에서는 ‘더 큰 일을 함께 해보자’고 USHG에 제의한다. ‘메디슨 스퀘어 공원’ 에 아예 식당을 열어 운영해보자는 것. 여름에 한정되는 이벤트보다 더 지속성 있게 공원을 살릴 수 있는, 더 나아가 맨하탄에 새로운 구색을 더해주는 더 커다란 프로젝트였다. 뉴욕시와 레스토랑의 협업, 맨하탄의 한가운데 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공원, 그 매력적 공간안에 식당이라니. USHG는 당연히 이에 응했다.

 

그리고 USHG는, 영어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한국말로는 직역이 안됨) ‘Modern road side burger stand'(나도 미국애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유추하기로는 헐리웃 영화에 시골동네가 나오면 하나쯤은 보이는 길가의 햄버거가게)를 열기로 한다. 즉 정감가는 햄버거집을 바쁘기 그지없는 맨하탄의 복판인 메디슨 스퀘어 공원에 현대에 재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USHG는 이 햄버거가게를 그 옛날 미국 동네에 있던 버거집이 그러하듯 맨하탄 ‘커뮤니티의 교차로’가 되기를 원했다. 랜디의 표현에 의하면 맨하탄의 소방관, 월스트리트의 주식딜러, 관광객들이 서로 옆 테이블에 앉아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공원 주변 ‘커뮤니티’를 위한 사랑방과 같은 곳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이름하야 Shake Shack, 2004년에 탄생되었다.

 

이 곳은 버거+셰이크라는 클래식한 버거 스탠드의 메뉴를 기본으로 한다. 설계당시부터 주변 마천루 및 공원과의 시각적 조화를 감안하여 디자인된 식당건물에서는 매일 아침 항생제를 쓰지않고 풀을 먹고 자란 소고기를 갈아서 신선하게 버거를 만들고, 셰이크는 그날 만든 분량은 소진하여 매일 새 셰이크를 만든다.

 

사랑방이 되기를 원하는 셰이크 셱, 그만큼 ‘지역(Local)’이라는 개념과도 밀접히 맞닿아있다. 모든 메뉴가 뉴욕지역에서 공수한 신선한 재료로 조리된다. 뿐만 아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비롯, 모든 좌석이 노천인만큼 애완견과 애견인들이 많은 동네의 특성을 배려한 강아지를 위한 메뉴들도 있다. 독특한점은 주류메뉴가 있다는 점인데, 와인은 물론이고 브룩클린 브루어리에서 셰이크셱에만 독점 공급하는 에일 맥주까지 판매한다. 식당의 가구들도 마찬가지다. 브룩클린의 젊은 가구 제작자에게 제작을 맡겼는데, ‘한번쓰고 버리지 말자’는 기치하에 오하이오에 있는 볼링장의 폐 플로어 자재들을 공수하여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었다. 진정성 + 힙스터스러운 환경보전의 코드까지 갖춘 것. 이 정도면 셰이크 셱이 ‘뉴욕의, 뉴욕을 위한, 뉴욕에 의한’ 햄버거 가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뉴요커들이 이 식당에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맛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와보고 싶은 스토리를 갖춘 식당인데 사실 맛이 좋다. 난 셱의 가장 기본이자 대표메뉴인 셱버거, 그리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셰이크라는 뜻의 ‘콘트리트 정글’ 콘크리트, 그리고 채식 버거인 ‘Shroom Burger’를 주문했는데 하나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신비의 맛이었으냐, 그것은 아니었다.

 

뉴요커들이 이토록 셰이크 셱에 열광한 최초의 이유는 위에 거창하게 언급한 배경들이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죽어가던 공원이, 당시에도 이미 알 사람은 알고 있던 식당사업가인 대니 메이어와 뉴욕시의 프로젝트를 통해, ‘음식’을 통해  되살아나는 과정, 열광하지 않기가 힘든 스토리가 아닌가.

 

셰이크 셱

결과적으로는 태생, 기획, 그리고 실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스토리들이 셰이크 셱의 강점이었다.’맛’뿐이라면, 입맛까다로운 뉴요커들을 이토록 열광시킬수는 없을 것이다. 셰이크 셱은 이 스토리가 있기에, 그것이 명분이 되어 배고픈 뉴요커들로부터 망설임없는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뉴요커들이 열광하니까 선택하는 것일테고 ㅎㅎ

 

여튼 이 스토리는 교보문고 매대에 2년여전쯤 많이 올라와있던 ‘스토리 텔링 마케팅’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가(대니 메이어)와 기업(USHG)의 철학이 식당의 잉태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켜켜이 녹아들었고 이것들이 이야기꺼리가 된 것이다. 위대한 철학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것이다. 스토리 텔링 마케팅, 사실기업의 스토리라는 것은 기업의 철학이 확실해야 나올 수 있다. 철학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기업의 스토리다. 그것이 밀도다.

 

식당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더 강하게 작용된다고 본다. 애초부터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오너가 실제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는 ‘컨셉’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해나가며 식당의 영속을 꾀하는 방식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식당주인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을 믿고 우직하게 걸어나가는것이 왜 핵심인지를  난 셰이크 셱에서 보았다.

여튼 당신이 든든하고 기름진 한끼식사를 원하는 뉴요커라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주인이더라도,  채식주의자이더라도, 혹은 서른 하나에 뉴욕여행을 온 뚱보 한국인이라도 셰이크 셱에 간다면 여유로운 시간과 맛있는 음식이 보장된다. 당신은 40여분을 기다리며 햄버거 가게가 되살려낸 공원의 전경, 주변을 둘러싼 빌딩들을 구경한다. 그리고 햄버거를 받아들고, 야외 의자에 앉아 각양각색의 사람들 사이에 앉으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자사이를 누비는 공원의 청설모들의 소리와 함께, 햄버거를 베어문다. 패티가 두장 들어간 버거, 프라이, 셰이크 그리고 추가 주문한 베지버거는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뉴욕스러운 식사였다. 뉴욕시 안의 여러개의 셰이크 셱 지점들 중 굳이 1호점인 메디슨 스퀘어 카페를 간 이유도 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그 곳을 직접 보고싶어서였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줄을 선 순간부터, 쓰레기를 버리고 나가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며 머릿속에서 ‘셰이크 셱의 위대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퍼즐이 모두 맞춰지는듯 했다.

 

* 셰이크 셱은 현재 뉴욕을 넘어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등 미 동부지역은 물론  레바논, 이란 등 중동에까지 진출했다.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 압도적인 맛

 

미국하면 고기고, 고기하면 스테이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로서나 동행한 친구 민우로서나 뉴욕행을 결정하며 은연중에 스테이크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다. 여행전 식당 리스트업을 할 때 국가별(멕시코, 자마이카, 그리스, 베트남..) 및 음식별(스테이크, 피자, 반미, 미트볼)로 가볼 식당수를 정하고 이에 맞는 식당을 채워넣는 식으로 진행했다. 결과, 약 3주간의 여행동안 스테이크는 한번만 먹기로 계획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워낙에 먹을 것들이 많은 뉴욕이기에. 여튼 한번인만큼 스테이크는 제대로여야만 했다. 그 한번을 어디 갈 것인가에 대한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브룩클린, 클래식”

 

30년 연속 자갓 서베이 선정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로 선정된 곳이 바로 피터 루거. 클래식한 식당 인테리어, 점잖은 분위기, 각 테이블 위에는 스테이크들이 올라있다. 본격적 소기름으로 내장이 점철되기 앞서 시킨 샐러드와 식전빵을 먹던 중 스테이크가 서브된다.

 

‘아래쪽에 고이는 주스를 고기에 끼얹어서 드시면 되고, 그릇은 뜨거우니 만지지 마세요’

 

나이가 지긋한 서버가 그릇을 경사지게 놓으며 얘기한다.

 

아..크고, 두껍고, 향기롭다.

 

흥분한 상태로 가장 두툼해 보이는 한 조각에 내 포크를 집어넣었다. ‘툭’하는 느낌과 함께 포크가 고기를 관통한다. 정말 ‘찌르는’느낌이 난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

바삭하며 까슬히 그슬린 바깥, 촉촉한 안쪽, 적절한 간, 한입 베어물면 베어나오는 육즙, 이 정도 맛이면 2인용 티본 스테이크에 붙어있는 고기가 안심인지 등심인지 삼겹살인지 알 필요조차 없다. 태어나 먹어본 스테이크 중 최고, ‘충격’에 가까웠던 당시의 고무된 감정으로는 친구 민우에게 ‘태어나 먹어본 고기 중 최고다’라는 말까지 했었다.

 

그 두꺼운 고기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적절히 간이 벤 이 상태로 요리할 수 있다는 것.. 그 맛, 그것은 경이로웠다.

 

피터 루거의 무기는 두 말할  나위없는 ‘맛’이었다. 한번 더 그 맛이 신비의 맛이냐고 묻는다면 ‘신비롭다’라고 얘기하리 바다하리. 너무도 압도적이고, 완벽한 맛이었다. 음식이라는 것이, 특히 소고기라는 것이 피터 루거의 스테이크보다 맛있기는 힘들것이다. 감히 나는 ‘전 세계에 피터 루거의 스테이크보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몇 없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라는 단정적 결론을 내려본다. 이건 전세계 인구를 모두 보지는 못한 당신이더라도 최홍만을 실제로 보고난 후 내린 ‘세상에 그보다 거대한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라는 단정적 결론이 설득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시 음식은 ‘맛’이다. 그게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