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르드의 따께리아

내 친구인 헤라르드,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따께리아, 바르바꼬아 데 로스 차로스 ‘Barbacoa de los charros‘는 맛집이다. 따께리아가 위치한 *비야 게레로는 물론, 비야 게레로가 위치한 멕시코州 전역, 과달라하라州, 할리스꼬州 같은 곳에서부터 대여섯시간을 운전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은 맛집이다.

 

헤라르드 역시 어느 토요일 잔치집에 갔다가 알게 된 친구인데, 내가 멕시코 음식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말에 고맙게도 나를 본인의 따께리아로 초대했다.

*따께리아 : Taqueria, 따꼬 집. 피자집이 Pizzeria인 것을 생각하면 됨

*비야 게레로 : Villa Guerrero, 멕시코 주(State of Mexio)의 한 지방의 이름이자 내가 열고자 하는 따께리아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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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acoa de los charros의 전경>

바르바꼬아? 

바르바꼬아, Barbacoa. 양 한마리의 모든 부위를 크게 토막내어 그 고기를 마궤이(Maguey) 잎파리에 꽁꽁 싸메어 오븐에 익혀내는 요리다. 여기서 오븐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기 오븐이 아니다. 화덕같은 피자 오븐 역시 아니다. 놀랍게도 이는 땅을 파서 만든 말 그대로의 ‘지하’ 오븐으로, 양고기는 이 오븐에 파묻혀 여러시간 묵직하게 요리된다. 큼지막한 양고기, 지하 오븐, 그리고 마궤이 잎파리, 오랜 요리시간. 이것이 전통 멕시칸 바르바꼬아의 핵심. 이 오븐의 위용은 실제로 보면 지린다고 보면된다. 집 앞마당파고, 거기에 철근 뼈대를 만들고, 하수도 뚜껑같은 철판을 덮고, 그리고 뚜껑을 통해 열기가 빠지는걸 막는 진흙까지.


헤라르드의 초대로 영업개시 한시간 전부터 준비과정을 지켜보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영업 시작 직전 오븐 뚜껑주변을 막은 흙을 치우고, 뚜껑을 열어 지하에서 조리가 완료된 양고기를 꺼내기 위해 마궤이 잎을 헤치는 장면은 뭐랄가, 개인적으로는 놀이공원에 온 느낌이었다. Culinary extravaganza, 미식학적 진풍경이랄까. 이런 광경을 직접 본건 처음이었다. 사진보다는 비디오 촬영에 집중했는데 동영상은 여기있다. 유튜브 채널은 http:// youtube.com/vgta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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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 Horno, 한국어로는 지하 오븐, 영어로는 Gang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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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르드의 아버님께서 요리가 끝난 바르바꼬아를 꺼내기 위해 오븐 뚜껑을 여는 모습>

 

바르바꼬아에서 기대하는 바?

고기의 촉촉함, 적당한 바삭함, 무엇보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부들부들한 질감! 앞에 언급했다시피 양 한마리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코기, 머릿고기, 내장, 혀, 등 다양한 부위를 골라서 또르띠야에 얹어 먹을 수 있다는 매력도.

 

다시 헤라르드의 따께리아에 관한 얘기

전술했듯 이 따께리아는 간단히 ‘대박집’이다.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만 오픈한다. 오픈 시간은 오후 2시반. 영업종료는 영업전날인 금요일내  헤라르드와 그의 부친이 직접 도축한 양 6-7여마리 분량의 바르바꼬아가 동이날때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는 보통 3시간이면 동이난다. 그래서 헤라르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떼돈 버는 아이’로 추정된다. 성격이 워낙 좋아 티는 안내지만 헤라르드가 돈에 관한 랩을 쓰면 아마 일리어네어보다 할 말이 많을 거다. 헤라르드는 대학을 졸업한 후 기꺼이 가업을 승계키 위해 나섰는데 어떤 면으로 봐도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본다. 털ㄴ업, 아미고.

 

20평 남짓한 헤라르도의 집 마당은 토요일 오후 영업시간동안 식당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쏟아지듯 들어오고 나오고, 자리가 없어서 길바닥과 마당에 선채로 따꼬를 사먹는 모습은 식당을 준비하는 내 입장에서는 꿈의 장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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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르드, 그리고 조리가 되어 나무판으로 옮겨진 바르바꼬아>

맛을 본 소감

난 이날 Maciza(마씨사, 살코기), Cabeza(까베사, 머릿고기), Cezo(쎄소, 뇌), Testículo(떼스띠꿀로, 고환) 따꼬 맛을 봤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위는 살코기 부위였다. 오래 삶은 것 이상의 극도의 부들부들함, 역설적이게도 그 부들부들함 중에 살아있는 씹는 질감, 지방이 녹아 살코기에 녹아든 감칠맛, 촉촉함, 거의 모든 요리의 미덕인 바삭바삭한 표면과 부드럽고 촉촉한 안쪽의 질감 대비가 주는 즐거움까지. 지..지리…기저귀 어디서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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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꼬아 살코기 따꼬, 단면만 봐도 부들부들하다고 써있다. 표면에는 아름다운 갈색 카라멜라이제이션. >

사실 고기가, 특히 붉은 고기가 조리되면서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조리 시간과 조리열의 양이란 한정되어 있다. 그 한계를 넘어가면 고기는 질겨지고 건조해진다. 간단하게 ‘맛이 없어지는 상태’로 변한다. 이건 뭐 거의 자연의 섭리지, 부인하려 하면 피곤하다. 특히 고기가 직접 고열에 닿는 방식의 조리법은 이런 리스크가 더욱 크다. 삼겹살을 오래 구우면 맛이 없어지는 이유도, 스테이크 고기를 조리전에 상온에 두어 온도를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

 

어쩌면 붉은 고기를 요리하는 일련의 조리방식은 위에 얘기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애쓰다가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터. 위대한 한국식 바베큐에서는 고기를 얇게 저미는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이렇게 얇게 저며서 구웠을 때 맛이 살지 않는 부위는 결국 통으로 부드럽게 요리를 해야 한다. 이때는 온도를 조절하거나, 조리과정에 수분 공급을 하여 고기가 질겨지는 것을 방지하는 완충 장치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보쌈처럼 물에 완전 잠기게 해서 삶거나, 혹은 갈비찜처럼 액체에 고기를 반정도 잠기게 해서 요리하는 찜, 혹은 동일한 형태로 오븐에서 익히는 브레이징이 수분의 보충이겠고, 아니면 아예 미국 스타일 바베큐처럼 낮은 간접열로 장시간 요리하는 훈연까지, 다 고기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먹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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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궤이 잎에 꽁꽁쌓인 고기들, 은박지에 쌓인것은 특수부위>

그런데 바르바꼬아는 훈연도 아니고, 고기를 보호해주는 그 어떠한 액체도 없이,  그 두꺼운 고기들이 오븐에 통째로 들어가서 그냥 마궤이 잎파리에 쌓인채로만 오븐의 열기를 대적하며 요리가 된다. 그 결과물은 삶은 고기 특유의 질척한 맛도 없고, 훈연된 바베큐처럼 그슬린 자국도 없고, 필연적일 수 밖에 없을듯한 건조함도 없는 놀라운 맛이다. 어쩌면 궁극의 맛. 그것은 지하 오븐의 힘인가, 혹은 마궤이 잎의 보습효과인가, 헤라르도 부자의 비법인가, 아니면 그 모두인가. 아.. 기저귀 어디서 파냐니까?

 

여튼 많은 곳에서의 바르바꼬아를 먹어봤지만, Los charros의 바르바꼬아를 먹은 후에는, 멕시코 유명 식당에서의 식사후 습관처럼 튀어나오던 멘트인 ‘Puedo aprender como cocinarlo aquí, por favor?(이거 어떻게 요리한건지 배울수 있을까요? 플리~즈?)’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웬지 바르바꼬아는 섣불리 건드리면 안될 거 같았다. 사자앞에서 도사견이 꼬리를 내리듯이, 내가 섣불리 건드려도 단시간에 후딱 배울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바르바꼬아를 요리함에 있어 변형된 조리법을 사용하는 것은 내가 맛본 바르바꼬아의 진정성에 먹물을 흩뿌리는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만약 배워야 한다면 클래식한 조리법 그대로 배워보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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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르드, 나, 헤라르드 아버님>

고맙게도 헤라르드는 본인이 먼저 나에게 다음번 멕시코에 오게되면, 그때 꼭 바르바꼬아 비법을 알려줄테니 배워가라는 얘기를 했다. 그렇게 난 부른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향하는 길에 그만 아이스크림 집에 맞닥뜨려서..그..그만

 

– 다음 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