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향이 가득한, 시큼하고, 달큰하고, 부드러운 맛의 살사. 바삭바삭한 나초칩을 찍어먹으면 퍼지는 가벼운 그 맛, 호불호도 갈리지 않을 그 맛. ‘살사’하면 대부분 서울의 멕시코 음식 애호가 분들은 나초 칩을 찍어먹기 위한 새콤 짭짤 상큼한 그것을 떠올립니다.

 

 살사, ‘타-코’에는 사실 들어가도 안들어가도 그만일수도 있습니다. ‘타-코’에는 살사가 없어도 다진 치즈, 크림 등 이미 지배적인 맛을 내는 재료들이 있습니다. 유순한 토마토 살사의 맛은 타-코에 어지간히 들어가서야 그리 도드라지지도 않습니다. 사실 타-코는 밀가루 또르띠야 안에 들어간 고기 + 사워크림 + 양상추만 가지고도, 살사없이도 이미 훌륭하고 혀를 직접적으로 강타하는 맛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따께리아 살사 스타일 = 삼성 중앙역 비야 게레로 살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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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옆으로 보이는 살사들, 그 위로 보이는 ‘여러가지’ 것들>

 

이제 ‘타-코’ 말고 ‘따꼬’를 먹기 위해 멕시코 시티의 길거리를 봅니다.  우리는 멕시코 시티에 서있습니다. 길거리에 비둘기수보다 따꼬를 파는 노점상이 더 많은 그 곳. 1평도 되지 않을 크기의 스테인리스 탁자 (때로는 플라스틱일지도) 이는 주방 / 재료 작업대 / 홀 / 테이블의 역할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입니다. 그 위에서는 색깔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바로 살사입니다.

 

볼때마다 ‘이 조그마한 따께리아에 이렇게 여러가지의 살사를 쓰면 유지가 되나’ 하는 의문이 항상들었습니다. 최소 한가지, 보통 두가지, 서너가지가 구비되어 있어도 놀랍지 않은 살사 콜렉션. 거기에 양파의 하얀색, 다진 고수잎파리의 흰색, 라임의 녹색, 거기에 노란/빨간/초록 살사까지 더해지니까, 맞는거죠. ‘색깔의 향연’이

 따끼또<현지에서 따꼬를 배웠던 따께리아, ‘미스터 따끼또’의 다양한 살사들, 다 매콤한 맛들>

살사는 각각의 가게에서 모두 다른 스타일로 준비됩니다. 모든 살사에 쓰이는 고추, 조리방식, 색깔, 질감이 다릅니다. 저는 멕시코에 머무는 동안 매일 최소 한번, 때로는 너댓번 따꼬를 먹고 한번 먹을때마다 최소 3-4개의 따꼬를 먹어대었는데요. 이 때 찾은 공통점은, “따께리아들에서  ‘마일드한’ 살사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의, 따꼬를 위한 살사들은 거의 다 맵습니다. 심지어 아보카도 살사도 맵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타-코’가 아닌 ‘따꼬’에 들어가는 살사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마시구요.

 

따꼬에 있어서 살사의 역할

따꼬는 또르띠야, 메인재료(저희 비야 게레로의 경우 까르니따-클릭), 베르두라(향신채를 포함하는 야채들, 현지에서는 거의 100% 양파 + 고수), 그리고 살사로 구성됩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따꼬’에서 살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IMG_0665<뉴욕에서 가장 맛있었던 따께리아, Los Tacos No.1의 다양한 살사들,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멕시코 스타일 따꼬의 맛의 구조에서 보면 살사의 역할은 적극적이고 강렬합니다. 스시에 찍어먹는 은은한 간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비빔밥의 고추장이고, 탕수육에 부어버린 탕수육 소스같은 지배적인 맛의 역할입니다.

 

글쎄요, ‘또르띠야’라는 방 안에 들어가 쉬고있는 ‘메인 재료(저희 비야 게레로의 경우에는 ‘까르니따’가 되겠습니다)’라는 아이에게 놀자!고  전화를 한다기 보다는 연락도 없이 방문을 박차고 오는 친구 꼬마와도 같다고 할까요. 그만큼 도드라지는 맛입니다. 특히 살사를 단독으로 입에 집어넣었을 때라면 그 강렬함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강렬함은 멕시코 살사의 주 재료인 고추, 고추의 매운맛에서 기인합니다.

 테이블<이런 느낌>

왜 매울까요.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꼬의 주 재료는 주로 기름진 경우가 많은데(저희 비야 게레로의 경우만 해도 까르니따는 돼지기름에 요리한 돼지입니다) 따꼬의 주재료의 느끼한 맛을 상쇄시키고, 결과적으로는 따꼬 전체의 맛을 상승시켜야 하기 떄문입니다.

 

메인재료가  불이라면, 살사는 불춤을 추는 써커스 장인인거죠. 불(메인재료)은 꺼뜨리지 않으면서, 불을 다뤄야 한다고 할까요. 또르띠야 위에 강함이 강함과 맞붙습니다. 둘 다 맛이 쎈 개체들인데, 놀랍게도 입안에서 합쳐지면 어울립니다. 그게 묘합니다. 살사만 따로 먹었을 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칼칼한 맛이, 고기와 어울리면 상당부분 상쇄된다는 것이죠. 이게 멕시칸 따꼬의 묘미입니다.

 

이밖에도 재료의 질감이 살아있는 채로 잘게 갈린 살사는, 향은 물론이고 질감, 온도차 등 다양성을 더하는 첨병이기도 합니다. 특히 현지의 여러 따께리아의 주 재료들은 미리 조리된 채로 기다려졌다가 종종 드라이한 상태로 또르띠야에 집어넣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꼬에 인위적으로 수분을 채우는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참고로 저희집의 까르니따는 촉촉합니다. 

 

#삼성중앙역, 비야 게레로의 살사

사실 멕시코의 고추 종류라는 것은 어마어마합니다. 말린 것, 훈연된 것, 생고추, 피클링된 고추. 처음 시장에 가서 고추파는 곳을 가보면 고추의 종류가 라스베가스 플로이드 메이웨더 자택의 자동차 대수보다 많습니다. 정신 못차릴 정도의 다양함. 물론 이 고추 하나하나가 가지는 색과 식감의 다양함도 상상초월이죠. 그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살사라는 것은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군데의 따께리아에 갈때마다 따꼬가 나오기 전에 항상 테이블에 비치된 살사를 숟가락으로 듬뿍 퍼서 손바닥에 덜어놓고 개처럼 제 손바닥을 핥으며 그 맛을 보는게 따께리아에 갈때마다 처음 하는 일이었습니다. 따께리아마다 다양한 맛과 매움의 정도 질감에 놀라며 한국의 고추에 어떻게 접목시킬지를 고민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 고민은 때로는 패닉, 때로는 좌절에 가깝기도 했죠. 그 덕에 제 위장은 많이 상했을 거에요.

 

여튼 나름 골똘하게 생각한 끝에 비야 게레로에서 까르니따 따꼬에 더불어 내놓고 있는 살사가 클래식한 살사 로하(Salsa Roja, Red Salsa/붉은 살사로 직역)입니다. 오픈 초반 며칠 아보카도가 들어간 살사 베르데(그린 살사)도 내어놓았지만 일단은 맵고, 붉고, 신선한 살사 로하 한가지만을 냏어놓습니다. 직접 맛을 많이 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테스팅을 해보며 만든 저희 살사의 로하는 궤도엔 올랐고 계속 만지면서 더 맛을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우리 살사<비야 게레로의 살사, 사진 화질이…>

저희 살사에 들어가는 재료를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모두가 로컬재료라는 것은 말씀드릴수가 있습니다. 치뽀뜰레, 할라뻬뇨 같은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수입고추들도 있지만 당분간은 그런것 없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식재료들만을 가지고 (고기는 수입산 씁니다) 요리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저희 따께리아의 모든 음식을 만드는 데에 있어 큰 원칙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살사라는 것은 그 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고추 및 식재료를 써서 만들어지는 ‘그 지역 식재료의 집약적 표현’이라고 생각했기도 하구요. 

 

#와서, 맛보세요.

글이 기네요. 하지만 보통 따꼬에 한 숟가락이 들어갈 뿐인 이 ‘살사’는 분명 멕시코 요리문화, 특히 따꼬에서는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이기에 길게 늘여썼고, 그냥 말이 많은것도 사실입니다.

 비야 게레로 따꼬<저희 비야 게레로의 손님이 찍어주신 따꼬 사진, 살사 + 과까몰레를 추가하면 이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 사실 음식은 먹어서 아는 것입니다, 먹으면 아는 것이죠. 이렇게 위에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다 오셔서 드시다보면 감이 오실겁니다. 이 글을 읽고 맛을 보신다면 이해가 더 빠르실수도 있구요. 저희 집, 비야 게레로는 단지 맛을 팔고자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멕시코 본토의 맛을 옮겨와서 궁극적으로는 멕시코의 음식문화 특히 ‘따꼬’문화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 문화를 경험하는데에 저희의 글들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참, 꼭 살사를 드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멕시코에 가면 살사를 빼고 먹는 사람도 있고, 세 숟가락 넣는 사람도 있고, 주는대로 먹는 사람도 있거든요. 저의 경우에도 까르니따를 파는 집에 가면 종종 고기위에 라임 쥬스 + 고수잎만 넣어서, 그 집의 까르니따 맛을 본 후에 2번째 3번째 따꼬부터 살사나 양파를 얹어먹기도 했었구요. 그래서 저희도 해달라는 대로 해드립니다. 따로도 드립니다. 말씀만 주세요.

 

지금까지 살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식당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수, 따께로(Taquero) , 비야 게레로